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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또 비워라

오칼렛 2026. 4. 14. 17:32

산책하면서 내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파도가 치고, 잠잠해지고, 사계절이 지나가는 마음을. 이 또한 지나가리. 언젠가부터 내가 주절거리는 말이다.


예전부터 그랬다. 뭔가에 한번 꽂히면 끝장볼 때까지 하는 기질이 있었다. 나는 내게 그런 기질이 있는줄을 몰랐다. 대충, 편하게, 스무스하게 살자는 주의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 앞에서는 그렇지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집요하게 파고들고, 내가 원하는 목표가 될 때까지 몰입한다.



한때는 광적인 그런 내모습이 무서울 때도 있었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는 그런 상태, 아마도 무아지경의 상태가 아닐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렇게 된다. 그러면서 어떤 기류를 터득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고자 하는 게 있으면 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될때까지 한다. 주변에서 하지마라, 다 필요없다는 소리는 귀똥으로 듣고 내가 생각하는대로 밀고 나간다.



결과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 주변사람들의 시선따위는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왜냐, 내 인생이니까. 그사람들이 내 인생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참 별별 참견을 다한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들러리는 어디까지나 들러리이다.



산책하면서 내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파도가 치고, 잠잠해지고, 사계절이 지나가는 마음을. 이 또한 지나가리. 언젠가부터 내가 계속 입으로 중얼거리는 말이다. 그렇다 모든것이 한 때다. 이 터널이 언제까지일까?



고민하고 머리 싸매던 시절이 언제인가싶게 휙 지나간다. 인연도 마찬가지다. 법정 스님은 시절 인연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셨다. 어느 시기에 나와 인연이 닿은 사람들을 말한다. 평생 갈것 같은 사람도 시절 인연이 다하면, 유통기한이 끝난 것이다.



억지로 부여잡는다고 해서 떠날 인연이 머무는 것도 없다. 떠나는 것을 붙잡는만큼 초라한 건 없다. 세상 만물은 고여서 머물러 있으면 썩고 부패한다. 그래서 돌고 돌아야 한다. 물도 고여 있으면 썩고, 돈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붙든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란 걸 알았다.



만물은 정체되는 순간 썩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적당히 숨통을 트여 주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숨쉴 공간을 주어야 건강한 관계로 남을수가 있다. 집을 예로 들어보자. 집안에 생활가구로 가득차 있다면 당장이라도 숨이 막힐 지경일 것이다. 적당한 여백을 주어야 그 공간이 살아난다. 물건도, 마음도, 모두가 같다. 적당하게 비어진 공간을 두어야 한다. 가득찬 공간에서는 기가 막힌다. 이 막힌 기를 뚫을려면 여백을 두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자주 물건도 비우고, 공간도 비우고, 인간관계도 비우고, 마음자리도 비운다. 비워야 다시 채워지니까. 요즘은 점점 여백이 좋아지고 있다.